인연은 한글로 인연, 한자로 因緣이라고 씁니다. 첫 글자 인(因)은 원인을, 둘째 글자 연(緣)은 조건이나 상황을 뜻합니다. 두 글자가 합쳐져 산스크리트어 불교 개념인 헤투 프라티야야(hetu-pratyaya)를 옮깁니다. 원인이 없으면, 그리고 그 원인이 결과를 낳도록 하는 조건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국어 인연(因缘)을 거쳐 한국어로 들어오면서 이 말은 더 친밀한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인연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 두 사람의 길이 만나게 되는 보이지 않는 이유를 가리킵니다. 일본어 엔(縁)과 중국어 위안펀(缘分)도 같은 뿌리를 나눕니다.
한국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에서 낯선 사람과 스치는 것도 완전한 우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가늘어도 두 삶을 잇는 하나의 실인 것입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관계는 만남을 거듭하며, 그리고 윤회를 믿는 사람에게는 생을 거듭하며 겹겹이 쌓입니다. 깊은 우정, 사랑, 가족은 수천 가닥의 실이 쌓인 결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연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이 아닙니다. 하나의 관계가 지금 이 순간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2023년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라는 말을 전 세계 관객에게 알렸습니다. 주인공 노라는 뉴욕의 친구에게,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전생에 걸쳐 팔천 겹의 인연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뒤로 이 말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이를 번역해 보려는 수많은 글에서 되풀이되었습니다. 섭리, 운명, 업으로 맺어진 친연성. 어떤 번역도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바로 그 번역할 수 없는 부분이 이 말의 힘이고, 우리가 이 말을 그대로 간직한 이유입니다.
한국 입양인에게 인연은 특별한 울림을 갖습니다. 낳아 준 어머니, 보육원의 간호사, 위탁 가정, 지구 반대편의 양부모. 누구도 고르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빚어낸 끈들입니다. 끊어진 실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로 떠난 형제자매, 이름을 잊어버린 보육원 친구, 다시 가 보지 못한 태어난 도시. 인연은 이 실들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다시 찾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 단순하고 끈질긴 생각에서 우리 네트워크가 시작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인연은 이런 재회를 가능하게 하려고 만들어졌습니다. 초대 또는 승인을 거쳐 들어올 수 있는 한국 입양인만을 위한 비공개 커뮤니티입니다. 회원은 각자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입양 기관, 보육원, 날짜, 태어난 도시, 도착 항공편. 네트워크는 이 정보를 교차 대조해 형제자매나 보육원 친구일 수 있는 사람을 제안합니다. 민감한 정보는 암호화되고, 프로필 공개 범위는 본인이 정하며, 윤리 위원회가 커뮤니티를 지켜봅니다. 한국 입양인 디아스포라가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미국,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그 너머에 살고 있기에 사이트는 열 개 언어로 제공됩니다.
한글로는 인연, 한자로는 因緣. 두 음절로 읽으며 가운데 ㄴ이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로마자 표기는 다양합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inyeon, 그리고 패스트 라이브즈 영어 자막에 쓰인 in-yeon, inyun, in-yun. 이 사이트와 앱에서는 네트워크를 가리킬 때 대문자로 Inyeon, 개념을 가리킬 때 소문자로 inyeon이라고 씁니다. 단어의 뜻이 궁금해서 인연을 검색하셨다면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한국 입양인 네트워크를 찾으셨다면, 역시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